장기점 관점

[20210716] ESG 투자의 미래

zerobeta 2021. 7. 16. 01:37

최근에 기사를 보면 ESG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즉,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ESG 투자가 지금보다 유명하지 않았던 2017년부터 ESG 투자에 대해서 물어왔다.

"ESG 투자가 과연 성공할까요?"

대부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2017년에는 "기업은 이익을 내야지.. 말도 안 돼"
2021년에는 "버블이야.. 버블 터지면 없어질 테마야"

필자는 ESG에 대한 가능성을 오랫동안 봤고 현재 내린 결론은 단순하게 지나가는 테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2017년에는 포퓰리즘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봤고
2018년에는 스마트베타*가 무너지면서 가능성을 봤고
2020년에는 미국과 유럽의 무기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스마트베타는 2000-2010년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팩터를 통한 투자기법이며 2010년 중반 이후 ETF를 통해 개인들에게도 알려지던 도중, 팩터 모델을 기반으로 한 펀드인 AQR이 큰 손실을 보면서 인기가 많이 줄었다.

앞으로 글을 통해서 현재 ESG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는 어떨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ESG와 급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들


ESG를 추구하는 회사와 급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Disruptors)는 현재 2021년에 혼용되어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태생과 정의가 매우 다르다.

급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Disruptors)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낮은 조달비용과 QE로 인한 높은 유동성을 통해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를 통해 거래소에 상장을 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유치할 수 있었으며 상장을 한 이후에도 낮은 이자율을 바탕으로 높은 PER과 부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마존이 2015년 이후 안정적인 순이익을 내면서 순수익보다는 높은 매출 증가가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익을 동반하지 않아도 회사들이 손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다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름을 증명해야 했고 Disruptor라는 단어가 급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반면 ESG는 다른 이름 또는 비슷한 이름으로 금융위기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칭하는 단어였다. ESG는 정치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로 인하여 그 인기가 증가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미국의 에너지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시장은 1980년대 크게 부흥했으나 그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게 되었고 해결책으로 셰일가스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OPEC 회원국들은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을 파산시키기 위해서 지난 10년간 계속적으로 원유를 증산해서 가격을 낮추어 왔고 코비드 이후 많은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OPEC 국가들은 감산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원유 가격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1)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이 다시 생산성을 얻거나 (2) 다른 대체 에너지 기술이 석유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현재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ESG를 널리 알리고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도덕적으로 옮음과 동시에 급진적인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ESG와 급진적 기술은 두 단어가 그 궤를 같이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두 번째로 유럽의 미국과 아시아 (중국)에 대한 견제다. 유럽은 지난 20년간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을 계속적으로 제안하고 국제적 조약을 맺고 싶어 하였는데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탄소 배출을 제한함으로써 가장 손해를 보는 국가는 중국, 미국, 인도 순이며 유럽은 독일을 제외하고는 GDP 대비 낮은 편이다. 애초에 ESG에 대한 관심은 사실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관심과 수요가 컸으며 ESG 투자기법 역시 유럽이 먼저 시작하였다. 탈 탄소정책에 미국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과 OPEC을 견제해야 하는 수단으로 유럽과 한 배를 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현재 MZ세대는 2008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사회를 보면서 성장하였다. 금융 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를 보았고 혁신적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을 본 세대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혁신적인 기업을 동경하며 결론적으로 두 다른 그룹을 동일시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CEO들이 기존의 획일적인 관료적인 지배구조를 탈피하고 인터넷에서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열광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CEO들은 ESG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이러한 기업들이 혁신적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인 경우가 많아 두 단어는 더 동질화되었다.

종합하면 현재의 ESG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 OPEC, 러시아 등 다른 국가와 패권 싸움을 하기 위한 도구적인 요소로 적극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들의 관심사와의 접점을 통해 비약적으로 커졌으며 그 관심의 크기는 ETF의 발전과 코비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ESG가 미국과 유럽의 논리인 만큼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거 있어?"

시장에서 두 단어의 동질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SG 스코어를 골드만삭스 등의 은행과 블룸버그 등의 데이터 벤더에서 만들고 있는데 이 ESG 스코어를 이용하여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ARK의 대표적인 혁신적 기업 펀드 ARKK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2017년 이전에는 ESG는 인덱스 대비 초과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논문과 자료가 다수였으며 지난 10년간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낸 기술주들과 달랐다.

ESG 버블과 미래


"ESG에 버블이 있나요?"

필자는 그렇다고는 말할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 주식 ETF인 TAN을 예로 들면, 고점 대비 40%가량 하락했다가 현재 약간의 반등을 했다. 앞으로 TAN 주가는 5월 20일쯤부터 시장이 크게 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쪽으로 기움) 중립 또는 긍정으로 바뀌었지만 추이는 잃은 상태이다. 이는 단기적인 예측 또는 시황분석이고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다음 주제에서 자세하게 다뤄 보겠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미국이 에너지 섹터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서 친환경 에너지에 노력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생산성이 오르는 것이 태양광 일지, 원자력 일지, 셰일가스 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ESG는 현재 Disruptor의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에 Disruptor가 성공한 이유를 잘 들여다보면 언제 ESG의 버블이 꺼질 확률이 높은 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쉬운 자금조달과 풍부한 유동성이 불가능해질 때다. 지난 10년과 비슷한 수준의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지 유동성이 유지되는지 계속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Disruptor의 성공방정식 - 매출의 증가다. 만약 매출의 증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ESG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버블이 터질 다른 가능성으로는 ESG가 더 이상 국가 간의 패권 싸움에 이용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될 때다. 중국이나 OPEC이 힘을 잃게 된다면 과연 ESG가 현재와 같이 중요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마지막으로는 현재의 ESG가 실질적으로 사회적 환경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하다는 믿음이 팽배할 때다. 말만 그럴싸했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기는 빠르게 사그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ESG가 국가 간 패권 싸움에 정당하게 이용되기 매우 적합하기 때문에 장기간 선진국의 논리로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MZ세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상당히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ESG 버블이 붕괴하더라도 다른 모습이나 다른 이름으로 재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