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7] 중국과 인도의 학습 효과
때는 2016년이었다.
중국 시장 급락으로 인해서 개장한 지 13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리고 금융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중국의 자산 가격 버블이 심각하다는 문제였다.
원인은 2015년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였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QE로 전 세계에 흩어져있던 유동성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이머징 마켓은 미국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금리를 인상하거나 위험 신호가 오면 이머징 마켓에 투자된 돈을 회수하였고 이로 인해서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은 사이가 매우 안 좋지만, 이전에는 경제 공동체라고 불릴 만큼 상호 보완적 관계였다. 중국은 값싼 상품을 제공하여 높은 유동성에 불구하고 큰 인플레이션 없이 세계 경제를 발전시켰고 반대로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여 중국 내 자산 가격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의 국채를 많이 흡수하여 유동성을 전 세계에 제공해주었다. 중국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에 미국을 믿고 있었고 오히려 미국 내에서는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내수 산업이 망가져 불만이 많았다.
2016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큰 홍역을 치른 중국과 불만이 쌓여왔던 미국은 사이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하면서 완전히 돌아서게 되었다.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 무역 전쟁을 넘어서 환경정책, 인권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중국과의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은 2018년 무역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 인도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고 급진적인 기술 발전 (disruptors - 첫 번째 글 참조)에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과거에는 동아시아에 힘을 많이 쏟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동남아와 인도를 잡아야 하는 지정학적인 이유와 중국과 전면전을 치를 생각으로 대만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달러가 인도, 대만에 집중되었고 인도와 대만은 코비드 이후 넘치는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2016년 중국을 뒤흔든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급격한 유동성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높은 원자재 국가들 - 브라질, 러시아 등은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다. 이들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높여서 인플레이션을 잡고 높은 금리를 통해서 유동성 (금리차 자본수지)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정 반대의 카드로 양적완화 또는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고하였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 후 유동성이 빠져나가더라도 국내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높은 성장성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다.
중국의 선택은 옳은 결정으로 보인다. 2016년과 같은 시장 발작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현재 CPI가 다소 낮기 때문에 부담도 덜하다. PPI가 높은 것은 타 국가들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적인 부분도 있다고 보이며 수급 문제라면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ESG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급진적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 물품의 많은 양을 생산하는 중국인 만큼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위안화가 절하되면서 커플링 되어 있는 원화가 같이 절하되어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수 있으나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경우 중국의 사례로부터 영감을 받은 행보로 보이지만, 중국처럼 계획이 확실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큰 결정으로 생각되어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