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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분석

[20210731] 파월의 새로운 무기


지난 글에서 파월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그것은 스탠딩 레포와 FIMA 레포였다.

이 장치는 테이퍼링이 시작한다면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테이퍼링시 전세계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이 정책은 달러가 부족한 은행 또는 국가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될 것이다. 이 시각에서 보면 매우 훌륭한 정책이다.

하지만 역시 미국은 미국이다. 미국이 언제 테이퍼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채권을 사야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윈윈같지만 미국정부가 은행과 이머징 마켓을 상당히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정책이다.

“재난에서 구제받는 번호표 지금 빨리 뽑으세요. 그 재난 언제 터질지 몰라요 (그 재난 우리가 만듭니다)”

2013년의 테이퍼 텐트럼 또는 2015년 중국 시장을 생각해보면 미국의 긴축정책은 한 국가를 위기로 빠뜨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번호표를 뽑을 수 밖에 없다. 2020년 3월을 생각해보면, 미국의 직접적 타격 없이도 이머징 국가들은 달러가 부족해서 애를 먹었다. 그만큼 미국은 절대적 위치에 있다.

또 다른 비유로는 회초리를 가지고 다니던 호랑이 선생님이 구급약도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더 무섭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 정책으로 받는 가장 큰 수혜는 채권의 수요를 계속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해진 채권시장이 폭락하지 않도록 장치를 만든 것이다.

우연의 가능성이 높지만, 5월까지는 10년채 금리의 하락이 크지 않았다. 스탠딩 레포가 올해 처음으로 크게 화두에 오른 것은 5월 말인데 그 때 10년채 금리가 1.58이고 지금은 1.23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스탠딩 레포의 채택 가능성이 높아진 7월, 여러가지 긴축정책의 발표가 예상되는 8-9월, 많은 기관과 국가들이 채권 수요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엄청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머징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이면서 그러한 심리는 더 커졌을지 모른다. 어쩌면 현재 금리시장은 미래의 성장성과 인플레이션을 알려주는 지표와는 동떨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최근 금리하락은 “기대가 낮은 생산성, 기대가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이야” 시장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해석하는게 정석이고 틀린 해석이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정책적 또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채권 수요가 전통적 해석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8월부터는 채권의 수급문제가 조금 풀려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전 글에서 얘기한적이 있다. 첫째는 현재 과도하게 낮은 실질금리가 채권의 매도를 부추길 수 있고 둘째는 7월말 FOMC 때문이었다. 파월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은행들을 구제해주는 발언을 하여 금리 시장이 안정화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스탠딩 레포와 FIMA 레포로 채권 수요가 더 높아지지 않겠니?” 라고 했을 때 실제로 채권가격을 장기적으로 높게 유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아시아 시장에서 돈을 빼갈 두려움에 채권에 대한 수요는 단기적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 GDP 성장의 약화, 아마존의 실적 부진 등은 과연 앞으로 장기금리의 상승이 가능할까 의문을 던지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일드 시장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석하기 어려운만큼 일부 주장인 스태그플레이션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채권시장과 이머징 마켓은 이렇게 “두려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비해서 미국 주식시장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견고하다.

지난주에 언급한 모멘텀 팩터가 이번주 역시 리스크온을 지지하는 볼륨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주 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형주와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 확실한 로테이션은 없었지만 지난 몇 달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세기가 강해졌다.

전체적인 스탠스는 마켓 breadth가 회복하는 방향, 금리가 올라가는 방항, 성장주/대형주에서 가치주/소형주로의 로테이션을 어필하고 있다. 달러가 떨어질 때 마다 이 방향을 지지하고 달러가 올라갈 때 마다 이 방향을 철회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현재와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어느정도 리스크온을 가리키고 있으며 언제 뚫고 나갈지 눈치를 보고 있다.

이 상황을 모순없이 설명하려면 환율의 움직임도 같이 봐야할 것 같다. 미국의 GDP 성장률이 낮게 나왔을 때 엔화와 파운드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생각보다 달러가 시원하게 빠지지 않는 것이 보였다. 그 많은 우려에도 시장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가장 좋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미국 마저 별로라는 가능성에 금으로의 유입도 조금은 보인다.

이렇게 금, 달러, 채권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20년 3월 코로나 시기다. 즉, 이머징에 투자된 돈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상당량 안전자산으로 유입되고 일부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상황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미국 주식시장은 “조용”한데 전체적 시장은 “극도로 두려운” 상황이다.

현재 상황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높은 장이다. 미국이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와서 미국이 기세 등등하지만 (그런데도 미국 주식시장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긴장감이 풀리면 기회가 역으로 이머징 마켓에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의 상황이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