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위해서 지난 글에서 팩터 투자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오늘의 주제는 "퀄리티 팩터"이다. 퀄리티 팩터는 기업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의 질을 확인하는 지표다. 가치 팩터와 헷갈릴 수 있는데 가치주는 PBR을 보는 반면 (변칙적으로 PER을 보기도 한다) 퀄리티는 주가와 관련 없는 ROE, Earning Growth, Debt to Equity, Cash Flow를 본다. 알파와도 상당히 경계가 모호해서 필자는 알파와 퀄리티 팩터를 어느 정도는 동일하게 취급한다. 즉 전통적으로 유명했던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등이 중요하게 여겼던 지표들이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2000년대 Novy Marx의 Profitability 연구에 의해서 인데, 이미 1990년대 업계에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업계보다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어쩌면 주식에서 가장 중요할 것 같은 이 지표는 현재 인덱스 대비 초과 수익률이 0일만큼 매우 저조하다. 사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돈을 벌어주는 마법의 팩터였으며 (오죽하면 마법의 공식이라고 불리는 퀄리티 공식도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 영상을 공유하면서 신봉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1990년대 많은 스타 투자자를 양성한 퀄리티 투자는 왜 현재 저조한 수익률을 만들어낼까? 그 답은 낮은 이자율과 패시브 투자의 인기 때문이다.
낮은 이자율과 부러진 퀄리티 전략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퀄리티 팩터는 부러졌으며 워렌 버핏의 수익률은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 필자가 본 가장 근본적으로 원인은 낮은 이자율에 있다. 1980년대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1970년대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정책금리를 크게 올리게 된다. 이때부터 알파의 시대와 퀄리티 팩터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08년까지 헷지펀드 역시 전성기를 맞았다.
예를 들어보자. 이자율이 15%인데 ROE가 3%인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면 6년 뒤면 적금에 넣는 것보다 이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내재가치가 반토막 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72의 법칙: 72 / (15-3) = 6)
이자율은 꿈과 반대다. 꿈을 꾸는 세상은 이자율이 낮은 세상이다. 쉽게 말해 이자율이 높으면 지금 당장 돈을 만들고 발품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지만 이자율이 낮으면 천천히 미래를 더 길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주 투자를 Long Duration Investment라고 부른다.
따라서 높은 이자율의 시대였던 1990년-2000년대에는 ROE, Debt Equity ratio 등 재무제표와 손익표를 필수로 봐야 했고 그 값들이 저조한 회사들을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등 과거의 많은 거장들이 보던 지표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매우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ROE와 높은 Debt는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숫자가 되었다. 1990년대 책을 읽으면서 현재도 그러한 지표들을 최우선으로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음.. (할많하않)"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채질하는 패시브 전략
패시브 전략들은 대부분 인덱스, 가치주, 성장주, 소형주, 대형주 정도의 3 팩터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일부 퀄리티 팩터를 기반으로 한 ETF도 있지만 구현이 좀 더 어렵고 턴오버가 다소 높을 수 있기 때문에 Scalability가 떨어진다. 아무래도 현재 유행하는 패시브 전략들은 대부분 장부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시장이 점점 퀄리티 팩터와 알파를 무시하는 경향이 발생하였다.
드디어 퀄리티 팩터의 부활?
현재 실질 이자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부활의 신호가 꿈틀대고 있다.
그 기저는 2021년 3월 회사채 매입 중단과 5월 이후 늘어난 리버스 레포 때문이다.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은 덤이다. 회사채 매입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크본드의 일드는 매우 낮은 편이다. 즉 돈을 못 버는 회사들에 유동성이 몰려있다는 것인데 이 프리미엄이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리버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유동성이 앞으로 리버스 레포를 통해 많이 빨려 들어갈 예정이고 이로 인해서 단기 금리는 장기 금리에 비해서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즉 높은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 그런 것 가지고 퀄리티가 부활하겠습니까?”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허약했던 주식들이 힘들어진다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만 보이더라도 주식시장은 크게 변할 수 있다. 현재 대형주들은 생각보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부실한 소형주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Inflation이 일시적이라는 믿음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줄게 되면 실질 이자율이 현재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당분간 퀄리티 팩터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는 팩터가 될 것이며 실질금리가 0 이상으로 올라오는 날 퀄리티 팩터는 날게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실적장이 왔음을 말한다. 개미투자자들 중 실적장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포기하고 차트만 보던 분들 곡소리가 나오는 날이다. 그렇다고 차트로 돈을 못 번다는 얘기가 아니다. 차트 전략도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참고로 어닝서프라이즈와는 다르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해서는 나중에 애널리스트 정보를 이용한 알파 전략에 대해서 쓸 때 언급할 예정이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systematic return이 아닌 alpha의 영역이고 듀레이션이 짧은 시그널이다. 퀄리티 팩터는 위에서 언급한 지표가 꾸준히 높게 유지되는 회사군을 말하므로 헷갈리지 말자. 워렌버핏이 어닝 서프라이즈 나왔다고 모니터 앞에서 눈 크게 뜨고 단타 치지 않는다.
그나저나 실질금리가 양수로 올라올 수 있을까? 이는 다음 주제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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